posted by Belle〃♬ 2007. 8. 31. 02:28
9. '함정 토벌' '대살(代殺)' '이름 빼앗기지 마라'

집단 학살이 가장 극심했던 48년 12월 중순부터 약 열흘간 토벌대는 전과(戰果)를 입증받아 승진하기 위해 입산한 사람들을 총살한 후 목을 잘라 오기도 했다.

'함정 토벌' 또는 '자주 사건'도 있었다.

"토벌대는 무장대처럼 낡은 옷으로 변장해 민가에 들어가 '산에서 왔다'며 식량을 요구하거나 숨겨줄 것을 애원했다. 측은하게 여겨 밥을 주는 사람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낸 토벌대에게 총살되었다. 또한 여기저기서 소위 '자주 강연'이 열렸다. 토벌대는 주민에게 '과거에 조금이라도 산에 협조한 사실이 있으면 자수해 편히 살라'고 했다. 이미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거나 자수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협박이 뒤따랐다. 사태 초기 무장대가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을때 주민들 어느 누구도 무장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옷가지를 올렸고 쌀 한 되 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나 둘 자수자가 나오자 토벌대는 이들을 집단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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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원 화집 "동백꽃 지다" 중 '공격-탄압이면 항쟁이다'



'대살(代殺)' 이라는 것도 있었다. 가족 중 청년이 사라진 집안의 사람들은 '도피자 가족'이라 하여 총살하는 것이다. 48년 12월 13일 대정면 상모리와 하모리 주민 48명이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이 마을에서는 주민들을 집결시킨 후 총살극을 구경시켰다 하여 이 사건을 '관광총살' 이라고도 부른다.

'이름 빼앗기지 마라'는 유행어도 나돌았다. 토벌대의 고문이 워낙 가혹해 일단 취조를 받으면 허위로라도 자백해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원면 신례리 양경수 씨(78)는 당시 '이름 빼앗기지 마라'는 유행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연히 토벌대에게 끌려가는 사람의 앞에 가거나 근처에 있다가 그의 기억 속에 자신의 존재를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매에는 장사가 없어 고문을 받으면 아무 이름이나 튀어나오는 법' 이라고 했다."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 편 -강준만 저- 2권 202~204쪽 그대로 인용

참고사이트
제주 4.3 연구소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